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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텔레비전 환경의 특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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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는 지난번 포스트 텔레비전 환경의 특징에 이어서 개인화된 텔레비전과 글로벌 텔레비전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포스트 텔레비전 환경의 특징(2)

 

개인화된(private) 텔레비전

 

1970년대의 텔레비전에는 '안방극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극장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는 비유이며 부모의 침소인 안방에 주로 텔레비전이 위치하고 있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1980년대에 들어 아파트 중심의 소가족 구조가 보편화되면서 텔레비전은 거실로 나오고, 가부장이 리모트컨트롤을 장악한다. 여전히 가족 중심의 집단시청 패턴이 지속된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PC가 일반화되면서부터 텔레비전은 각자의 방으로 흩어진다. 개인의 사생활이 중요해지고 청년과 노년층을 중심으로 1인 가정의 수가 급증하면서 텔레비전은 가정 내 집단적인 시청 문화로부터 이탈한다.

 

이제 텔레비전은 개인적인 활동, 사적인 문화가 되었다. 현재 텔레비전 시청은 산만한 형태로 분산된 텔레비전 시청이 지배적이다. 물론 가족 중심의 시청 패턴이 남아 있고, 월드컵 중계방송 때와 같은 대규모의 집단시청 행위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평상시 우리의 텔레비전 경험은 집단으로부터 분리된 개인적인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아침에 일어나 혼자서 텔레비전을 켜고, 지하철에서도 홀로 스마트폰을 통해 동영상을 즐기며, 귀가해서도 내 방에서 컴퓨터로 방송을 감상한다. 바로 이 사적이고 개인적인 특성이 포스트 텔레비전 환경을 이룬다. 기존의 집단적 체험과 대비되는 개인적 측면이다. 이동후(2012)와 같은 미디어 학자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원격시청을 체험할 수 있는 개인주의적이고 개인중심적인 텔레비전 환경에 대해 'Me-TV'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하였다. 그는 'Me-TV'의 특성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정리하였다.

 

1. 자기 맞춤형 혹은 자기 주도형 시청 패턴 : 시청자들은 자신의 취향이나 선호도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검색하고 저장하며 편성, 접속할 수 있다.

 

2. 세계의 차별화된 원격체험 : 이용자들은 텔레비전이라는 분산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세계를 각자의 선택에 따라 매우 차이 나는 방식으로 조우하고 경험하게 된다.

 

3. TV를 통한 원격시청의 공동체 : 비록 다수가 텔레비전을 개별적이고 사적인 형태로 체험하지만, 바로 그 행태를 통해 여전히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원격시청의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 특성은 개인화된 포스트텔레비전 환경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원격시청을 하지만, 그 안에서 타자를 만나고 공동체를 경험하고 사회의식을 갖는 역설적인 현상이 이루어진다. 사회적 유대와 연대의 의식, 공동체의 공간이 사사화된(privatized) 텔레비전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텔레비전 시청과 소셜미디어 이용이 결합되고 개인화된 시청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루어지면서 '소셜 TV의 경험' 현상은 앞으로 더욱 두드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global) 텔레비전

 

텔레비전을 통해 세계와 접속하고 국경을 초월하여 공동체를 이루며, 민족과 인종이나 상관없이 일종의 사회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현상은 이미 매우 두드려진 일이다. 마샬 맥루한이 선언한 글로벌 텔레비전이 포스트 텔레비전의 시대에 이르러 완벽하게 구현된다. 포스트 텔레비전은 그 이전까지만 해도 지리적 장벽과 전파의 방해, 비용 부담 때문에 불가능했던 세계의 텔레비전 진화를 너무나도 간단하고 편리하게 실현시켜 버린다. 세계는 이제 말 그대로 바로 우리 손안에 있다. 국경을 초월한 세계와의 지극히 사적인 접속, 지리적 거리를 압축시킨 동시적 네트워킹이 인터넷과 스마트폰 텔레비전을 통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내 손바닥 위에서 이루어진다. 특히 스마트폰은 국경을 가로지르는 음성전화는 물론이고 국가 간 원격시청을 가능케하는 첨단의 텔레비전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 노동자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매체가 스마트폰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자신을 본국과 시청각적으로 연결시키는 텔레비전 그 자체이다.

 

예를 들면, 한국에 있는 네팔 출신의 이주노동자가 인터넷 화상전화 애플리케이션 스카이프(Skype)를 통해 현지의 신부와 동영상으로 결혼을 올리는 시대이다. 2014년 11월에 방송한 EBS <다큐프라임>은 "가족 쇼크" 9부작의 3부 '마석, 집으로 가는 길' 편에서 이주 노동자가 고국의 약혼자와 결혼 서약을 하는 장면을 보여 주었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원격시청의 채널을 통해서 가족이 탄생한다.

 

멀티미디어를 통한 글로벌 텔레비전 체험의 환경은 이주와 무관하게 세계 보편적인 현상이다. 예컨대 칠레와 덴마크, 이집트 등지의 소녀들은 인터넷을 통해서 한국의 드라마를 다운로드하여 본다. 유튜브 사이트를 통해 Kpop 가수들을 보고 즐기며, 현지에서 자발적으로 팬클럽을 구성해 상호작용을 펼친다. 이들이 커버 댄스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인터넷에 올린 영상들이 한국에서 화제가 되는 경우도 많다. <강남스타일>과 같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전 세계적 인기는 노래의 매력뿐만 아니라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다.

 

그 외에도 포스트텔레비전 시대의 흥미롭고 독특한 현상은 많이 있다. 세계 각국의 드라마 '미드', '영드', '일드'들이 방송된 직후 P2P 다운로드 사이트에 올라오고 한글 자막이 붙어 비디오 클립의 형태로 재유통된다. 한국의 '한드' 또한 마찬가지이다. 세계가 이렇게 공간적으로 압축되어, 맥루한이 말한 일종의 '글로벌 빌리지(global village)'를 형성한다. 기존 텔레비전 이론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포스트 텔레비전 현상이다.

 

글로벌 미디어 시대가 최근에 시작된 것은 아니다. 1990년 걸프전쟁에서 전쟁 상황을 위성 생중계로 전 세계에 방송한 케이블 채널 CNN의 활약은 일찍이 글로벌 미디어 시대를 예고했다. 한국의 드라마가 해외로 수출되고, KBS의 <뮤직 뱅크>가 미국에서 위성방송되는 것도 꽤 오래된 일이다. 그렇지만 거대 미디어 기업이나 경제적인 능력을 갖춘 이용자 뿐만 아니라 누구나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SNS를 통해 간단하게 세계를 보고 세계를 상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최근의 일이다.

 

글로벌한 차원의 동시적이고 일상화된 원격시청 채널을 통해 개인적인 만남은 물론이고 정치적 의사교환과 세계적인 여론조성, 대안적 시각 공동체를 체험하게 된 것도 분명 포스트 텔레비전 시대의 특이한 모습이다. 월드컵과 같은 국제적 스포츠 이벤트는 동시간에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대중을 자발적으로 광장에 불꺼내 결집시킨다. 원한다면 우리도 방송국을 만들고 채널을 운영하며 콘텐츠를 제작하여 세계를 상대로 원격방송을 실시할 수 있다. 우리가 텔레비전의 대상 혹은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는 것이다. 작은 스케일로 글로벌한 차원에서 행할 놀라운 실험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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